국제우주정거장(ISS),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되다.

영국 매체 가디언의 온라인 웹사이트(www.theguardian.com)는 11월 12일, 러시아의 컴퓨터 보안 업체 카스퍼키랩의 최고 책임자이자 보안 전문가인 유진 카스퍼키가 호주에서 열린 캔버라 언론 클럽 2013(Canberra Press Club 2013)에서 밝히기를,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의 컴퓨터가 윈도우XP 시스템에서 리눅스 시스템으로 교체되기 전,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이 우주로 가져간 감염된 USB 저장기기들로 인해 ISS내의 서로 연결된 컴퓨터들간에 컴퓨터 바이러스가 전파되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2011년 5월 30일 우주왕복선 인데버호에서 찍은 국제우주정거장, 사진 : 위키피디아>

그 감염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카스퍼키의 전언에 의하면 바이러스의 전염은 수십대의 랩톱 컴퓨터를 포함한 ISS내의 거의 모든 컴퓨터로 확산되었다고 합니다.

그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 보면, 2008년에 국제우주정거장의 윈도우XP 기반 랩톱 컴퓨터들이 W32.Gammima.AG라는 웜바이러스에 걸렸는데요. 이것은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이 감염의 가능성이 있는 랩톱 컴퓨터를 들고 우주정거장에 탑승해서 그 웜바이러스가 우주정거장 내의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컴퓨터들로 전파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가장 큰 로봇암인 캐나다암2(Canadarm2)의 조종 콘솔내의 랩톱 컴퓨터들, 사진 : 위키피디아>

해당 기기들에 대해 사전에 철저한 보안 검사를 거쳤는지, 아니면 그런 보안 검사를 거쳤음에도 웜바이러스 감염 여부가 파악이 안되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윈도우 시스템이 깔려 있는 랩톱 컴퓨터들을 전부 리눅스로 교체했다는 것은 그만큼 윈도우가 보안에 취약한 점이 많다고 NASA 등이 판단한 셈인데요.

물론 윈도우 시스템이 OS로서 리눅스나 iOS 등에 비하면 보안문제에 있어서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그만큼 윈도우가 훨씬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러한 악성 유해 프로그램 개발이 용이하고 전파가 빠르다는 점도 있고, 우주정거장의 네트워크는 실제적으로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인터넷과 직접적으로는 아무런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서 국제우주정거장의 외부에서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어떠한 컴퓨터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인재에 의해 발생한 문제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나사 대변인은 "흔하게 발생하는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일이 처음 일어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영화 그래비티(Gravity)에도 나오는 국제우주정거장(IIS), 사진 : 워너브러더스 그래비티 공식 웹사이트>

지난 5월, 궤도상의 국제우주정거장의 운영을 감독하는 유나이티드 스페이스 얼라이언스(the United Space alliance, NASA의 우주 항공기 운영을 맡은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합작 회사)는 보안과 안정성 및 신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제우주정거장과 관련이 있는 모든 윈도우 컴퓨터 시스템을 리눅스 시스템으로 교체했었습니다. 정확히는 감염이 확실한 윈도우XP 랩톱 컴퓨터들을 리눅스 종류인 데비안6으로 교체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러한 교체이전에 국제우주정거장 내에는 이미 레드햇 리눅스, 사이언티픽 리눅스와 같은 여러 유형의 리눅스 시스템이 우주정거장의 특별한 임무를 위한 시스템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요. 그 교체된 리눅스 랩톱 컴퓨터들과 훨씬 더 유기적인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었습니다.

단순히 우스갯 소리로 '우주에까지 마수를 뻗친 컴퓨터 바이러스'라고 이슈성 보도 또는 단순한 해외 토픽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소식이지만, 컴퓨터 바이러스를 포함한 악성 프로그램(멀웨어)이 우리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에서부터 인터넷뱅킹시스템 등 우리의 일상 생활에 피해를 입힐 여지가 다분히 있으며 심지어는 발전소, 핵미사일 등의 사회 전반적인 시설물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로 인해 그냥 지나가는 소식으로  치부할 수 만은 없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