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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다마스와 폭스바겐 콤비, 똑같이 생산중단이라는 운명에 처하다!

60년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의 하나로서 전세계적으로 마이크로버스, 미니버스라 불리며 900만대나 판매되어 사랑받아온 차를 아십니까? 바로 폭스바겐의 미니버스 콤비(Kombi)입니다. 정식 모델명은 폭스바겐 타입2(Type2, 타입1은 그 유명한 폭스바겐 비틀)입니다. 1949년에 처음 생산되었고 1997년부터는 오직 브라질에서만 생산되어 온 폭스바겐 콤비는, 브라질내에서만 이제까지 150만대 이상 팔리며 브라질의 대중적인 서민차량으로서 현재까지도 통학버스, 길거리음식가판대, 구급차, 캠핑카 등등으로 이용되어 오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미니버스 콤비(T1), 사진 : 위키백과>


<폭스바겐 미니버스 콤비(T2), 사진 : 위키백과>


그런 폭스바겐 콤비와 '다양한 쓰임새'라는 면에서 견줄만한 한국의 자동차로는 뭐니뭐니해도 다마스(Damas)와 라보(Labo)가 있습니다. 다마스는 스페인어로 '좋은 친구', 라보는 그리스어로 '일하다'라는 뜻으로 긍정적인 이미지의 씀씀이가 다양한 차들이었습니다.

최장수 모델이자 최저가 차량 그리고 최후의 경상용차로서 대한민국의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으며, 티코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겹고 앙증맞은 이미지로 숱한 웃음을 주면서 온 나라의 여기 저기를 누비고 다녔습니다.


현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에서 1991년 11월에 처음 출시된 경상용차/경승합차로 출시 당시에는 420 ~

450만원대의 가격으로, 처음에는 가솔린 엔진만 있었지만 1993년에 LPG엔진 차량이 나왔고, 얼마 안있어 LPG 차량으로만 나왔습니다.


<1991년형 다마스, 사진 : 위키백과>


<1995년형 다마스, 사진 : 위키백과>


<2008년에 나온 뉴다마스, 사진 : 위키백과>


인지도나 자동차라는이미지가 갖는 고유성 및 감성적 가치에서 분명히 차이가 나겠지만, 늘 서민과 대중들과 함께 해왔다는 점에서 그리고 많은 용도에 사용되어 구석구석을 누볐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한 이 차량들은 이제 '생산중단 결정'이라는 애석한 운명 또한 같이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몇 일전 한국GM의 경상용차인 다마스 및 라보의 최종 생산 중단 결정 소식이 있었습니다. 올해 1월에 발표된 다마스/라보의 생산 중단 결정 내용에 의하면 강화된 안전 및 환경 규정의 적용으로 올해까지만 생산 및 판매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타이어 공기압 경고장치, 자동차 안전성 제어장치 의무 장착 등의 안전 규제와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OBD2)를 설치해야 하는 환경 규제를 따르려면 생산비용이 증가하게 되어 실효성이 없다고 한국GM측에서는 판단했던 것입니다.


<현재의 다마스와 라보, 이미지 : 한국GM>

각계에서의 생산중단 철회 청원이 빗발치자,  다마스와 라보를 생산하는 한국GM과 국토교통부 및 환경부는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를 그간 진행해 왔지만, 협의 및 대안에 진전이 없어 최종적으로 생산중단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매체에 따라서는 '잠정적인 생산 중단'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요. 생산 중단 결정에 있어서 큰 변수가 발생할지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느낌입니다.


(구)GM대우는 다마스와 라보를 지난 2006년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OBD1) 도입 당시 200억원을 투입해 규제에 맞춘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마스와 라보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OBD-2) 장착 의무화'를 비롯해 내년 3월 '개선형 머리 지지대 장착 의무화', 오는 2015년 '자동차안전성제어장치(ESC) 장착 의무화'등의 규제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다마스 및 라보의 생산중단 발표는 있어 왔습니다. 많이 판매되는 차종도 아닌데다가 서민을 위한 차종들이라 수익도 적어 제조회사의 입장에서도 써억 그렇게 유지하려는 의지가 없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ODB2라는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의 의무장착이라는 환경 요건이 충족이 되지 않아 두 번이나 연기되어 더 이상 연기는 어렵다는 정부 부처의 입장입니다. 또한 다른 차종과의 형평성 문제 및 FTA 등으로 인한 국제적인 관계도 고려하면 더더욱 예외적인 적용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매체는 한국GM의 대승적인 결정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한국GM이 예상하는 규제 충족을 위한 비용인 1000억원은 신차개발을 포함한 비용이므로, 실제적으로는 100억원 정도의 비용으로 가능하다고 하면서, 개발을 전제로 한 규제 적용의 연기는 얼마든지 논의 및 실현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한국GM이 생산의 의지가 없다면 다마스 및 라보의 생산 부문을 매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됐든, 현재로서는 한국GM이 생산중단을 결정하였기 때문에 다마스와 라보로 유지가 되었던 경승합차/경상용차의 명맥은 끊기게 되었고, 소상공인을 비롯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사업에 있어서도 적잖은 문제가 될 것입니다.


폭스바겐 브라질 법인 또한 2014년 이후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모든 자동차에 대해 ABS와 에어백의 의무화를 요구하는 새로운 자동차 규정에 의해 제조비용의 상승과 생산 시간의 증가를 들어 2013년 말까지만 생산하고 그 이후에는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브라질 상베르나르두두캄푸 폭스바겐 공장에서의 콤비 조립 모습들, 사진 : 가디언>


이와중에,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12월 18일 브라질 재무장관 귀도 만테라(Guido Mantga)가 말하기를, 폭스바겐의 미니버스 콤비에 대한 예외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폭스바겐 콤비에는 ABS나 에어백을 위한 여유 공간이 없다. 그래서 내년부터 적용되는 요구사항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모델이 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폭스바겐의 미니버스는 어쩌면 생산이 계속될 가능성도 존재하는데요. 현재로서는 '라스트 에디션' 1200대를 마지막으로 2013년이 지나면 브라질에서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서든 폭스바겐 미니버스 콤비(Kombi)는 생산이 되지 않습니다.


<브라질 상베르나르두두캄푸 폭스바겐 공장에 전시된 2013 라스트 에디션, 사진 : 메트로>


<브라질 상베르나르두두캄푸 폭스바겐 공장에 전시된 2013 라스트 에디션, 사진 : 메트로>


브라질은 우리나라와 달리 세계 제4위의 자동차시장으로서 폭스바겐, GM, 포드, 피아트 등의 메이저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만드는 신차의 상당수가 판매되는 큰 시장입니다.

새로운 자동차 규정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자동차 판매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자동차 판매가 저조해질 염려가 있고 또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내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현 브라질 정부 입장에서는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수입관세 및 자동차 관련 세금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마스와 폭스바겐 콤비가 생산 중단이라는 같은 운명에 처해 있어서 이렇게 한 포스트에 같이 다루긴 했지만, 폭스바겐 콤비의 경우처럼 마지막 버전도 만들며 사람들과의 기억을 소중히 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다마스'를 생각하면 더더욱 안쓰러움을 숨길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삶을 연명하게 해주고 자식을 키우는데 힘이 되어준 다마스와 라보를 기억할 사람들은 많을 것입니다.


국내 경기를 포함한 세계 경기가 전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은 가운데, 많은 기업들이 원가절감을 중심으로한 비용 줄이기와 동시에 디플레이션을 염두에 둔 투자 축소 등의  방어적 정책을 펴는 상황까지 이르면서 , 세계적 경기 불황의 장기화에 따른 영향에 가장 먼저 서민들이 전면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현실에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